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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건전성을 잃어가는 한국 사회

인류가 동물처럼 약육강식의 방식으로 생존할 때는 제 몫 챙기기에 급급했다. 하지만 농경시대와 산업사회, 현대사회로 발전하며 공동체를 이룬 후에는 질서 유지와 함께 살아가기 위한 규범과 금도, 배려라는 엄중한 가치를 세우고 이를 지켜왔다. 나아가 사회적 동물(social species)과 지성적 인간(homo sapiens)이 이룩한 문명 세계에서는 타인과 공동체에 헌신하는 지고한 모습이 갈채를 받는 최고의 선이 아닌가?       요즘 한국 사회에서 그 규범 체계가 전반적으로 크게 훼손되고, 무너지고 있다는 탄식이 의식 있는 지성인들로부터 자주 들린다. 사회의 공의가 각 분야에서 심각하게 약화하고 있다는 걱정이자 경고이다.     정치는 국가와 사회의 어젠다는 제쳐놓고 정쟁에만 혈안이 돼 간교한 공격과 모함으로 부딪치고, 정당은 민의 수렴보다 이념과 세력 구축에 매몰돼 있으며, 의사협회 같은 사회조직과 단체, 일터, 심지어 조그만 모임에서도 이기주의와 집단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이다. 특히 사회의 상위 개념인 정치가 윤리와 건전성을 팽개치고 이전투구에 몰입함으로써 하위문화를 오염시키고 있는 점도 부수적인 악영향이다. 이는 나라의 발전을 저해할 뿐 아니라 사회의 암적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은 지각 있는 국민이면 웬만하면 공감하는 현실이다.       어찌하여 사회 구성원들은 그런 진흙탕 싸움을 나 몰라라 용인하면서 편을 짜서 증오하고 지지하고 있는가? 건전성의 정도에 따라 공동체가 흥할 수도 있고, 쇠할 수도 있다는 원리가 경제외적 환경론이지 않은가?     한국 사회가 오늘날 ‘코리안 피크’의 고비에 서서 무엇보다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화두이다. 건국 후 참혹한 전쟁과 혼란을 이겨내고 경제건설을 이룩하면서 민주적 질서도 어느 정도 세워나가고 있는 한국이 오늘의 시점에서 맞닥뜨려진 고질적인 환부가 아닐 수 없다.     AI시대로 진입하는 고도의 기술혁신, 세계 각국의 치열한 각축에 대비해 보수적 가치체계와 진보세력이 정권쟁취라는 극단적인 권력욕을 누그러뜨리고 발전과 복지라는 두 바퀴의 어젠다로 건전하게 경쟁하면 나라와 국민에게 희망과 행복을 주지 않겠는가?       국가에는 질서와 공정성, 미래의 설계가 대의이고, 국민에게는 섭생하면서 행복을 느끼게 하는 세상이 기대되는 길이다. 그런 명제에만 충실하면 자연히 부패와 모함이 배제된 건전한 경쟁이 대세가 되고, 나라는 반듯해질 것이다. 송장길 / 언론인·수필가열린광장 건전성 한국 한국 사회 산업사회 현대사회 사회조직과 단체

2024-05-15

[문화산책] 나라가 죽여드립니다?

“우울하고, 슬프네요.”   지난 설날 한국에서 개봉한 일본영화 ‘플랜 75’를 본 시니어들의 반응이다. 고령화사회 문제를 다룬 이 영화가 한국 사람들에게도 작지 않은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모양이다. 남의 일 같지 않다는 이야기다.   이 영화는 지난 2022년 칸 국제영화제에서 신인감독상을 수상했고, 아카데미상 외국어영화상 후보작으로도 선정될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정작 관심을 모으는 것은 영화의 내용이다. 섬뜩하고 고약하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75세가 넘으면 나라에서 죽음을 도와주는 제도가 실시되는 충격적인 가상 현실을 설정하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인간들의 이런저런 갈등과 마음풍경을 보여준다.   ‘플랜 75’에 가입하여 죽음을 서약하면 나라에서 안락사를 시켜주고 화장장도 무료 제공한다. 또 10만엔의 준비금을 일시불로 지급하여 생의 마지막을 멋지게 장식하도록 도와준다. 정부는 미사여구로 죽음을 홍보한다. “75세 되셨어요? 태어날 때 계획해서 태어난 거 아니시죠? 하지만 죽을 땐 계획해서 죽으실 수 있게 도와드릴게요.”   주인공 미치 할머니는 남편과 사별하고 가족 없이 혼자 사는 78세 시니어다. 어느날 느닷없이 직장에서 강제로 해고 당하고, 다른 일자리를 구하려 애쓰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게다가 유일하게 가깝게 지내던 단짝 친구의 고독사를 목격하고 ‘플랜 75’ 가입을 결심한다. 스스로 죽음을 택한 것이다.   이런 주인공을 중심으로, 플랜 담당 젊은 공무원, 전화 상담원, 안락사 시설에서 일하는 필리핀 이주노동자 등 다양한 세대의 생각과 갈등을 일본영화 특유의 담담하고 조용한 시선으로 보여준다. 잔잔하지만 뭉클하고 격렬하다.   말은 그럴듯하게 안락사, 존엄사 등으로 포장하지만, 실제 내용은 무섭게 늘어나는 노인 복지 비용으로 인한 국가 재정 위기를 해결하려는 고육책이다. “넘쳐 나는 노인이 나라 재정을 압박하고 그 피해는 전부 청년에게 돌아간다. 노인들도 더는 사회에 폐를 끼치기 싫을 것이다”라는 논리다. 그래서, 나라가 주도하는 살인이요, 현대판 고려장이라는 비난도 나온다. 하지만 영화는 “정부는 ‘플랜 65’로 확대 실시를 검토 중이다”라는 대사로 조용하고 쓸쓸하게 끝난다.   일본의 초고령화는 심각한 사회 문제다. 초고령 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 이상)가 된 지는 이미 오래고, 2025년에는 국민 20% 가량이 75세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일본은 75세 이상을 ‘후기 고령자’라 부른다.)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한국 사회도 마찬가지다. 빠른 고령화와 유례없는 저출산, 인구감소를 겪고 있는 한국은 내년인 2025년에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할 전망이다. 그러니 영화를 보고 생각이 복잡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를 본 시니어들의 반응도 매우 다양한 모양이다.   영화는 결론을 말하지 않는다. 안락사의 옳고 그름을 논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삶의 아름다움을 말하고 싶었다”고 감독은 말한다. 그리고 관객들에게 낮은 목소리로 묻는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 영화의 감독 하야카와 치에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고령자도 행복할 권리가 있고, 정부는 ‘모두의 인권’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나이 듦과 죽음에 대한 불안을 없애기 위해 다 같이 잘 사는 세상을 만들어가자는 방향이 아니라, 힘드니까 죽어야지 라는 생각이 우선시 되는 건 이상하지 않은가?”   100세 시대의 어두운 그림자다. 무작정 오래 사는 건 축복이 아니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산책 나라 아카데미상 외국어영화상 고령화사회 문제 한국 사회

2024-03-14

[기독교와 사회물리학] 미래세대를 품는 교회

한국 사회가 초저출산, 초고령 사회의 극단적 인구구조로 역성장할 것이라는 경고가 들리고 있다. 이 현상을 버려 둘 경우 2050년에 경제성장률은 0%가 될 확률이 높게 나타났다.     한국은행의 중장기 심층연구에 의하면 인구구조 고령화의 근본 원인이 되는 초저출산은 청년들이 느끼는 높은 경쟁 압력과 고용, 주거, 양육에 대한 불안과 관련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MZ 세대는 다른 나라의 MZ 세대보다 소득이 불규칙하기 때문에 불안이 더 크다.   한국 통계청은 1979~1992년생은 베이붐 세대의 자녀로 에코(echo) 세대라고 정의한다. 에코 세대는 베이비붐 세대의 출생 붐이 메아리처럼 울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에코 세대의 동생쯤 되는 1991~1996년생의 세대를 에코붐(echo boom) 세대라고 한다. MZ 세대는 에코 세대, 에코붐 세대와 1990 중반-2010년 초반에 출생한 Z 세대를 가리킨다.   에코 세대는 베이비붐 세대가 일군 경제성장을 배경으로 체격조건이 향상되고 학업에 힘쓸 수 있게 되어 대학진학률이 높다. 컴퓨터가 보급되고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면서 영어 능력과 국제적 감각이 향상되고, 스포츠에서 두각을 나타냈으며, 한국문화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으면서 지성과 예술성을 갖춘 세계인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그러나 에코 세대는 낯선 사회현상을 극복하고 지속해서 성장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이 약했다. 구직과 구인의 미스매치 현상이 나타나면서 전공과 기술에 맞는 직업을 구하지 못해 자영업을 하거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비율이 높아졌다.   우석훈, 박권일 저서 '88만 원 세대'는 에코 세대가 겪는 경제적 위기를 적나라하게 지적했다. 치솟는 물가, 취업난과 집값 상승 등 경제적 사회적 압박감으로 연애와 결혼을 포기하는 3포 세대가 나타나고 취업까지 포기하는 4포 세대, 집까지 포기하는 5포 세대, 인간관계와 꿈을 포기하는 7포 세대, 심지어 생명까지 포기하는 8포 세대가 나타나더니 급기야 셀 수 없이 많은 것을 포기하는 'n 포 세대'가 되었다. '하면 된다'를 외치던 베이비붐 세대와는 다르게 절망과 불안의 에코 세대는 '해도 안 된다'라고 느끼게 되었다. 에코 세대부터 결혼하지 않은 비율이 이전 세대보다 훨씬 높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에코 세대는 현대교회의 청장년, 청년들 그룹이다. 현대교회는 이들에게 예배, 제자훈련, 소그룹 성경공부 같은 프로그램을 제공하면서 교회 사역에 필요한 헌신을 요구했지만, 취업 준비기간이 길어지고 비정규직으로 긴 시간을 보내면서 삶의 자리를 찾지 못해 생기는 청년들의 '불안'에는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   이민교회에서 미래세대가 겪는 어려움 중 하나는 부모세대와 소통하지 못하고 기독교 세계관이나 신앙적 대화를 나눌 어른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현대교회는 미래세대가 겪는 경제적, 사회적 불안을 이해하고, 불안한 세상을 살아가더라도 그리스도인으로서 편안함을 느끼고 좋은 인간관계를 형성하여 하나님 나라의 정의와 공의, 하나님의 형상을 입은 그리스도인, 예수님을 닮는 삶, 이웃을 섬기는 생활에 대해 소통할 수 있는 안전한 '자리(place)' 역할을 해 주어야 한다.   모든 이민교회가 미래세대를 품고 투자하여 안전한 자리로서 그 역할을 다하며 하나님께서 잘되게 하시는 복된 신앙 공동체가 되기를 바란다.   goodchul@gmail.com 조철수 / 목사·맥알렌세계선교교회기독교와 사회물리학 미래세대 교회 일군 경제성장 한국 사회 경제적 사회적

2024-01-15

[LA 방문 두레마을 김진홍 목사] "정권 교체로 한국 제자리 돌아가기 시작"

두레마을 김진홍 목사(82)의 말은 느릿하다. 대신 언어에 힘이 담겨있다. 정제되고 묵직한 어투로 핵심을 짚는다. 그는 설교자다. 기독교적 세계관과 살아온 삶을 기반으로 정치에 대해서도 말한다. 그는 대중과 호흡하기 위해 구독자 17만 명의 유튜브 채널(두레 김진홍)도 운영 중이다. 집회차 LA에 온 김 목사를 28일 만났다. 인터뷰에 앞서 그는 2주 전에 낸 책 한 권(내 삶을 이끌어 준 12가지 말씀)을 건넸다. “나는 염세주의에 빠졌었다”는 첫 문장이 눈에 띄었다.   요즘 젊은 세대도 염세주의가 팽배하다.   “한국 사회는 급속하게 발전했다. 국가가 단기간에 성장해서 젊은이들이 적응을 못 했다. 속도를 맞추기가 힘들었다. 우리 때 고민은 실존에 관한 것이었다. 지금은 적응과 부적응에 대한 고민이다. 청년들이 안 됐다. 마음이 짠하다.”   ‘땅과 사람을 살린다’가 두레마을의 가치관인데.   “땅이 황폐해지면 농작물도 그렇게 된다. 그러면 사람도 산성화되고 면역력이 약해진다. 악순환이다. 대신 땅은 노력으로 회복할 수 있는데, 사람이 회복되는 게 어렵다.”   왜 어렵나.   “가치관이 바뀐다는 건 쉽지 않다. 사회와 국가 분위기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이 부분이 지금 병들어 있다. 그 안에 사람이 있지 않나. 교회뿐 아니라 가정과 학교조차 제구실을 못 하고 있다. 가치관의 혼란 때문이다.”   가치관의 혼란을 야기한 건.   “좌파 사상이 사회 내에서 너무 커져 버렸다. 좌파 진영은 30~40년을 투자했다. 한국 사회는 지금 그 열매를 거두고 있다. 그동안 좌파는 투자했고, 우파는 이를 방치했다. 나는 운동권 출신이다. 과거에 데모하면 언론계, 법조계, 교육계로 나갈 사람들은 신분 노출 때문에 빠졌다. 좌파는 장기전으로 본 거다. 사람을 키워야 하니까.”   보수는 잘못이 없나.   “보수의 특징이 부패와 분열 아닌가. 누릴 줄만 알고 베풀고 나누는 데 인색했다. 보수 진영 역시 뿌린 대로 거둔 거다. 대신 역설적이지만 문재인 정권을 거쳤기 때문에 국가적으로 각성 운동이 일어났다. 문 정권의 공로는 우리를 깨닫게 했다는 점이다. 사회가 너무 망가지니까 경각심이 생겨 제정신을 차리고 위기 앞에 결집 현상이 발생했다.”   현 사회는 변화하기 힘든가.   “이걸 바꾸려면 적어도 10년 정도 세월이 필요하다. 정권이 바뀌었지만, 시스템은 그대로 아닌가. 단기간에 바꾸기 힘들다. 현 정권에 대한 논란은 거기서 오는 혼란이다. 그래도 나는 낙관적으로 본다.”   그 이유는.   “다행히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것이 결정적 계기라 본다. 더 나빠질 수 있는 상황에서 고비를 넘겼다. 정권 교체는 자유 민주주의의 가치관이 훼손됐다가 제자리로 돌아가는 시작이 됐다.”   어떤 부분이 훼손됐었나.   “좌파는 다섯 가지를 반대하는 소위 ‘오반’ 운동을 했다. 반미, 반일, 반개신교, 반기업, 반강남 등이다. 그러다 정권이 교체되면서 국가가 방향을 선회하니까 반대 여론이 생길 수밖에 없다. 물론 윤 대통령 자체는 정치력의 한계가 있다. 대신 같이하는 팀이 참 좋다. 국가는 방향이 중요하다.”   과거엔 좌파였다. 왜 진영을 바꿨나.   “빈민선교를 하다 보니 사회주의 성향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부자와 빈자의 격차가 심하고 당시 정권 자체가 비인간적인 부분이 있었다. 간단히 말하면 성장과 분배의 가치 중 나는 분배에 줄을 섰다. 그런데 성장이 안 되니까 분배할 게 없더라.”   성장도 문제는 없나.   “북한은 분배만 앞세웠다. 반면, 남한은 성장만 강조하다 공동체가 훼손됐다. 두레마을은 그런 균형을 위해 설립됐다. 세간에는 이런 말이 있다. 20대에 사회주의를 안 하면 바보고, 40대까지 사회주의를 하면 더 바보라는 소리가 있다. 감옥 생활을 할 때 성경을 접했다. 철이 들었다고 본다. 예전에는 ‘빨갱이’ 소리를 들었지만, 지금은 ‘골통 보수’ 소리를 듣는다. 나는 전향을 참 잘한 일이라고 여긴다.”   오늘날 교계는 어떤가.   "과거에는 교회가 국가 발전을 선도했는데 지금은 반지성주의로 질적으로 하락했다. 사회는 이제 기독교를 외면하고, 기독교는 대처 기능을 상실했다. 이 때문에 요즘 정신을 차리고 있다."   통일을 바라나.   “2030년 전후로 통일이 될 거라 본다. 국가의 방향이 바로 잡혔고, 국제 정서도 이를 뒷받침한다. 최근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자유민주주의에 입각한 통일을 강조하며 지지를 받은 것도 한 예다. 물론 중국이 북한을 밀어주지만, 중국 자체도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북한 내 체제를 뒷받침하던 엘리트층의 이반 움직임도 있다. 이런 조건들이 맞아떨어지면 자유 통일의 기회가 곧 올 수 있다.”   한국은 준비가 됐다고 보나.   “사실 빨리 준비해야 하는데, 정치가 헤매고 있다. 내년 선거가 매우 중요하다. 통일은 청년 실업 해결 등 국가적 이익이 매우 크다. 지금의 30~40대는 전교조 교육을 받아 좌 편향이 강하지만 20대는 그렇지 않다. 선거에서 승리한 뒤 교회, NGO 단체 등 사회 전반이 재정비해서 통일을 위해 밀고 나가야 한다.”   미국은 트럼프가 다시 등판한다. 최근 아르헨티나도 우파 인물이 대통령이 됐는데.   “전 세계적으로 진보 좌파의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이 때문에 보수 회귀 현상이 일어났다. 분배하려면 먼저 성장을 해야 하는데 그게 안 됐다. 인권도 중요한데 동성애 문제 등 그런 이슈가 너무 급하게, 지나치게 나갔다. 인간 본성에 안 맞는 일들이 많았다.”   ☞김진홍 목사는   1941년 경북 청송 출생이다. 철학(계명대·미국 킹칼리지)과 신학(장로회신학대학원)을 공부했다. 1971년 청계천에서 활빈교회를 세워 빈민사역을 했다. 이후 두레마을을 설립했다. 현재는 동두천 두레교회에서 설교 목사, 동두천 두레 수도원 원장을 맡고 있다. 집회는 내달 4~7일까지 부에나파크 지역 ‘부에나팍교회(7037 Orangethorpe Ave)’에서 열린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LA 방문 두레마을 김진홍 목사 시작 한국 정권 교체 한국 사회 두레마을 김진홍

2023-11-28

[발언대] 한국의 경제 성장과 한국인의 성숙

어린 시절 방학 때 시골 할아버지 댁을 방문하면 “많이 성숙해졌다” 는 칭찬을 듣곤 했다.  ‘성장’이란 몸무게가 늘고 키가 크는 체세포 활동을 말하지만, ‘성숙’이라는 말에는 남을 이해할 줄 알고, 자립심도 있는 등 ‘어른스럽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인간은 자신의 눈과 귀, 코는 의지대로 지배할 수 없다. 그러나 입은 의지에 따라 좋은 말도 할 수 있고 듣기 싫은 말도 할 수 있다. 또 손과 발을 이용해서도 가고 싶은데도 가고 ,하고 싶은 것도 할 수 있다. 인간이란 목표와 기준을 잃어버리면 방황하게 되고 성장은 있을 수 있겠지만 성숙은 기대하기 힘들게 된다.   한국은 양적으로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 휴대전화, 반도체, 자동차, 화학, 철강 등의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그런가 하면 다양한 문화 콘텐트도 한국경제를 견인하고 있다. 한국은 6·25전쟁으로 폐허가 된 상황에서 말 그대로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다.   그러나 아직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경제 규모는 커졌으나 많은 시니어는 곤궁한 삶을 살고 있고, OECD회원 국가 가운데 가장 낮은 출산율과 가장 높은 자살률을 보이고 있다. 국가 의식과 가치는 점점 희박해지고 유대 관계 또한 느슨해지고 있다. 갈등 상황이 벌어졌을 때 타협과 조정의 모습도 찾아보기 어렵다.     바람직한  정치인을 육성하는 정당 정치와 정치 도덕도 무너지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념을 달리하는 세력 간에 극한 대결이 벌어지고 있어 다수의 국민은 피곤한 모습이다. 이런 모습을 어찌 성숙한 사회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시정 연설을 위해 국회를 방문한 대통령이 야당 국회의원들과 인사를 하며 야당 의원들에게도 손을 내밀었지만 이를 거절하며 고개를 돌리는 의원도 있었다. 어찌 이런 모습을 성숙한 정치라 할 수 있겠는가. 태평양 바다 건너에서 봐도 볼썽 사나운 장면이다.       법치국가에서 정치인이 신뢰를 받지 못하면 나라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을 왜 모르는가. 독재가 아닌 이상 정치인은 서로 협력하여 국민을 위해 입과 손과 발을 부지런히 움직여 연구하고 검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리고 모든 국민의 귀감이 되어야 한다.  선과 악을 구별 못 하고 무조건 자기주장만 옳다고 우겨대며 진흙탕 싸움만 하는 정치인들에게 국민은 무엇을 기대할 것인가. 정치인들이 공정과 상식을 구현하여 성숙해지면 민생도 안정되고 국민은 감동과 기쁨을 느낄 것이다.   한국 사회는 무한 경쟁의 지옥에서 살아남기 위해 전력을 다해 뛰다 보니 성장만 있을 뿐 성숙은 뒷전으로 밀려난 꼴이 되고 말았다. 우리 삶의 진정한 목적은 무한 성장도 필요하지만 균형 있는 성숙도 필요하다. 산은 올라가 봐야 힘든 줄을 알게 되고 사람은 겪어봐야 그 사람의 인성을 안다고 하였다. 국가도 국민이 지키지 않으면 사라질 수 있지 않은가. 한국은 경제적 성장 못지않게 정치인과 국민의 성숙한 자세도 요구되는 시기다. 백인호 / 송강문화선양회 미주회장발언대 한국인 한국 경제적 성장 한국 사회 무한 성장

2023-11-27

[종교와 트렌드] 약한 자 세워야 할 이민교회

최근 한국과 미국에서 묻지마 흉기와 총기사건이 연일 일어나고 있다.     넷플릭스에서 얼마 전 개봉한 드라마 '비프(Beef)'는 주인공의 사소한 운전 다툼으로 시작된 에피소드가 인간의 근원적인 분노와 좌절까지 연결되면서 과연 누가 나의 적이고 친구이고 이웃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이 드라마를 보면 현대사회를 '분노 사회'라고 부를 수 있겠다.   특히 최근 한국 뉴스를 보면 한국도 이제는 치안 안전 국가가 아닌 것 같다. 묻지마 흉기 난동이 일어나고, 여성들이 대낮에도 성폭행을 당할 수 있는 불안한 나라가 되었다. 그 이면에는 한국인들의 좌절과 불안, 사회 전체가 병들었음을 나타내는 신호라고도 생각한다. 한국 사회가 점점 노력해서 성공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라 금수저가 금수저를 낳는 사회를 만들고 흙 수저들에게는 절망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약육강식 사회가 되었다.     또한, 한국에 가끔 출장을 가서 운전을 하다 보면 사람들의 운전 매너 때문에 놀라곤 한다. 끼어들기를 하면 욕설에, 보복 운전에 살벌하기 그지없다. 누구 하나 걸려봐라 하는 식 같다. 한국에서 일어나는 끔찍한 사건들을 보면 범죄자들의 태연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특히 SNS로 인해 사람들이 즉각적인 쾌락을 느끼고 조금만 남이 피해를 주면 바로 응징하려 한다. 또한, SNS로 남들과 비교 당하는 기분 때문에 쉽게 좌절을 느낀다. SNS는 진중한 사고력을 떨어트린다. SNS가 사람들의 참을성을 더욱 약하게 하는 것 같다. 자신의 행동으로 인한 전후 맥락을 사고하는 능력도 점점 떨어지는 것 같다.     한국은 점점 공동체성을 잃어가는 사회가 되고 있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사회를 지탱해 주는 힘은 공동체성이다. 서로 돌보는 것이 사회적 자본이라 생각한다. 각자도생의 사회가 될수록 나의 이웃은 이겨야 할 경쟁자가 된다. 특히 한국사회에서는 더욱 심한 듯하다. 강한 자가 약한 자를 돌보지 않는 사회가 되면서 취약 계층이 더욱 많아지는 것 같다. 나만 빼고 다 행복해 보여서 대중을 향한 테러를 하는 행동은 사회가 암에 걸려서 나타나는 증상이라 생각한다.   특히 한국 교육들이 나만 잘 살고 보자는 엘리트주의에 빠져있고 모두가 의사, 변호사가 되려는 사회는 정상일 수 없다. 앞으로 겪게될 초고령화 사회로 인해서 한국의 경제는 밝지 않다. 한국은 지금 경제적으로는 최고 절정을 이룬 듯하다. 그러나 서로 돌보는 공동체성이 결여되어 있는 한 지속적인 풍요를 이루기 어렵다.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 적이 되어 '만인이 만인에 대한 투쟁'이 되고 국가가 이를 통제하는 사회가 아니라 구성원들이 약한 자들을 챙기는 사회가 되어야 지속적인 풍요를 누릴 수 있다.     그런 면에서는 미국이 아직은 희망이 있다. 미국의 경쟁력은 여러 비영리 단체와 봉사자들, 장애인 배려와 약한 자를 돌보는 배려 사회에서 나오는 것 같다. 미국에 있는 한인 이민교회의 역할도 교회에서 돈 있는 사람들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약한 자들을 세우는 역할을 해야 한다.     jay@jnbfoodconsulting.com 이종찬 / J&B 푸드 컨설팅 대표종교와 트렌드 이민교회 한국 사회 한인 이민교회 사회 구성원들

2023-08-28

[마음읽기] 평화로운 체념이냐, 두려운 분노냐

지난해부터 독서모임 커뮤니티 스타트업인 트레바리에서 클럽장을 맡아 두툼한 ‘벽돌책’을 읽는 클럽을 부정기적으로 운영한다. 한 시즌이 4개월인데, 그 기간에 벽돌책 읽기 클럽 회원 10여 명과 한 달에 한 번 만나 내가 고른 벽돌책을 놓고 독서토론도 벌이고 사는 얘기도 한다. 다른 회원들은 어떻게 느낄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 모임이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고, 배워가는 것도 많다.   벽돌책이라는 말이 공식 용어도 아니고, 그냥 ‘700쪽 이상’을 기준으로 잡았다. 클럽 주제를 벽돌책으로 정한 데에는 이기적인 이유가 있었다. 한 신문 북섹션에 ‘장강명의 벽돌책’이라는 독서 칼럼을 쓰고 있는데 연재를 이어가려면 매달 벽돌책을 한 권씩 읽어야 한다. 기왕 읽는 책, 이걸로 독서토론도 해보자 싶었다. 고로 아직 읽지 않은 책을, 표지와 출판사에서 작성한 소개 자료만 보고 북클럽 주제도서로 고른다.   지난달에는 영국 경제사학자 애덤 투즈의 『붕괴』를 골랐다가 회원들의 원성을 샀다. 964쪽이나 되는데 분명 의미는 있지만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책이다. 낯선 이름과 경제용어도 꽤 나와서 다들 고생하며 읽었다. 한 회원은 독후감 제목을 영화 ‘헤어질 결심’의 유명한 대사, “나는요, 완전히 붕괴됐어요”로 적었다(정작 독후감은 매우 정연했다). 그래서 우리는 독서토론 시간에 ‘헤어질 결심’ 이야기도 조금 나눴다.   책은 쉽지 않았지만 책 얘기는 즐거웠다. 『붕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과 여파를 집중 분석하는 책이다. 저자는 2008년 금융위기가 세계 곳곳의 정치와 사회에 길고 깊은 영향을 미쳤다고 설득력 있게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한 것, 유럽에서 온건 좌파 정당들이 몰락한 현상의 뿌리는 모두 2008년 금융위기다.   독후감에서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혹은 2020년대의 팬데믹으로 자기 삶이 어떻게 흔들렸는지를 감동적으로 쓴 회원들도 있었다. 맞아, 그때 세상이 확 바뀌었어,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1990년대에 태어난 회원은 외환위기 이전 한국 사회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궁금해했다. 40대 이상인 회원들이 “어휴, 완전히 달랐죠” 하며 자기 기억들을 이야기했다. 취업이 쉬웠고,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있었고, 회사원들이 낮에 사우나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던 시절을 말하는데 어째 실감이 나지 않았다.   장기 불황이 오면 한국 사회는 또 어떻게 변할 것인가. 독서토론 후반부에는 그 얘기를 했다. 다들 저성장은 이제 필연이라고 여기는 듯했다. 나는 몇 가지를 메모해 갔는데 이런 것들이었다. 일자리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젠더 갈등과 세대 갈등이 심해진다, 포퓰리즘이 득세한다, 계층 간 격차가 벌어지고 부가 세습되며 ‘귀족 계급’이 등장한다, 외식이 줄고 홈파티 문화가 뜬다. 한 회원이 “전망이 아닌 것 같다, 이미 현실화된 내용들 아니냐”고 지적했다.   회원들의 의견이 다 일치하지는 않았다. 외적인 성공이나 소비보다 내적인 만족을 추구하는 분위기 속에서 오프라인 동호회 문화가 뜰까, 아니면 사람들이 온라인 공간에 머무는 시간이 더 늘어날까. 귀족 계급을 바라보는 시선들은 어떨까. ‘내가 질투할 이유가 없다’며 그러려니 여길까, 아니면 ‘나는 왜 저렇게 될 수 없나’ 하고 분노하게 될까. 분노는 중산층에서 나올까, 빈곤층에서 나올까. 고령화는 여기에서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가. 저성장 국면에 들어갈 중국 청년들의 분노야말로 우리가 진짜 두려워해야 할 대상 아닐까. 중국 정부는 그 분노의 화살을 외부로 돌리고 싶다는 유혹을 받을 테니 말이다.   한 회원이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다들 어떤 사회를 원하세요? 차분하게 가라앉는 사회? 아니면 분노하는 사회?” 경제적 불평등은 커지고 단단해질 것이다. 사회에 대한 불만을 먹고 극단주의 세력이 자란다. 그렇게 거대한 폭력의 기운이 스멀스멀 퍼진다 …. 그보다는 사람들이 다들 조금씩 체념하고 내향적이고 소극적으로 사는 평화로운 계급 사회가 나은가? 아니면 때로 갈등과 충돌을 빚더라도 격렬하게 항의하는 정신이 활력과 모색을 낳고 거기에서 희망이 싹틀까?   어렵지만 중요한 질문이고, 집에 돌아와서도 아내와 한참 얘기를 나눴다. 『붕괴』 뒷부분에 이런 문장이 있다. “이른바 ‘정치경제’의 시대에서 정말 중요하게 다뤄야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정치 부분이다.” 경제가 정치적 문제들을 일으키더라도 공론장이 건강한 사회는 그걸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이해했다. 한국은 어떤가. 정치 리더십은 고사하고 시민들이 진지하게 의견을 나눌 공간조차 잘 보이지 않는 듯해 가슴이 답답해진다.마음읽기 체념 분노 한국 사회 장강명의 벽돌책 클럽 회원

2023-06-11

한국에서도 차별, 돌아오는 2세들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한인 이민자들이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있다. CNN은 아메리칸 드림을 좇아 한국을 떠나온 이민 1세대와는 반대로 한인 자녀들은 뿌리를 찾아 한국으로 향하고 있지만, 그 역시 정착이 쉽지 않다고 14일 보도했다.   한인과 백인 혼혈아인 케빈 램버트는 11년간의 한국 생활을 정리하고 지난 2020년 미국으로 돌아왔다.   램버트는 “노스캐롤라이나에서 나고 자랐는데 어린 시절 ‘넌 중국인이냐’ ‘쿵푸를 아느냐’ 등의 질문을 받으며 성장했다”며 “늘 불안했고 소속감 없이 사는 게 싫어서 잃어버린 퍼즐 조각을 찾겠다는 심정으로 정체성을 위해 한국으로 이주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한국에서도 언어와 문화 차이 등으로 인해 사회적으로나, 정책적으로 온전하게 속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점이다.   샌디에이고대학 스티븐 서 교수는 “정체성과 소속감을 찾기 위해 한국행을 결정하는 ‘코리안-아메리칸’에게 미국 사회 내 인종차별, 총기 폭력, 반아시안 혐오 범죄 등은 강력한 동기가 된다”며 “그러나 한국 생활은 나름대로 정착에 있어 어려움을 수반하고 한국에 가더라도 ‘고향’과 같은 느낌이 들지 못한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한국행을 결정하는 코리안-아메리칸이 증가하게 된 것은 1999년부터다. 재외동포도 장기 체류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됐고, 이후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취업난 타파를 위해 영어 교사가 되려고 한국행을 결정한 이들이 많았다.   한국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2020년 한국에 거주하는 한인 시민권자는 약 4만3000명이다. 2005년(1만8000명)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급증했다.〈그래프 참조〉   대니얼 오(32)씨는 8년간 서울에서 살았다. 그는 “한국 사회에서 나 같은 한국계 미국인은 이중잣대 때문에 생활하는 게 더 힘들었다”며 “어떤 면에서는 외국인으로 대하고, 어떤 면에서는 더 한국인처럼 행동하길 요구하는데 그런 점이 적응에 있어 장애물처럼 여겨졌다”고 전했다.   이러한 보이지 않는 사회적 장벽은 코리안-아메리칸에게 일종의 한계로 작용한다.   노스캐롤라이나대학 아시아 센터 조지연 소장은 “이들은 한국에서 ‘한국인인데 왜 한국어를 못하느냐’ ‘한국인이 아니냐’ 등의 질문을 받고 이상한 시선에 시달리기도 한다”며 “이는 한인 1세대가 미국에 이민을 왔을 때 받았던 일과 비슷한데 미국 사회에서 겪는 차별과 결은 다르지만 일상에서 차별이 표출되는 방식은 미국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김문국(72)씨는 1세대 이민자다. LA로 1985년에 이민을 왔다. 식당, 봉제공장 등을 운영하다가 지난 2020년 한국 춘천으로 역이민했다. 김씨는 “내가 한국을 떠났을 때와 지금이 똑같다면 역이민을 선택했겠는가”라며 “한국이 미국만큼 살기 좋아졌고 특히 치안 문제가 완전히 개선됐기 때문에 한국에 사는 것이 안심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든 역이민자가 한국에서 제대로 정착하는 것은 아니다. 서 교수는 “한국은 최근 수십 년간 빠른 속도로 발전했지만 그만큼 생활비도 치솟았다”며 “게다가 오랜 이민 생활 끝에 한국으로 돌아갔지만, 고령에 여행 다니기도 어렵고 친구들과 연락도 끊겨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러한 요소들은 오히려 코리안-아메리칸으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인도, 미국인도 아닌 양쪽을 잇는 ‘미주 한인’으로서의 역할을 찾을 수도 있다는 긍정적 효과다.   조 소장은 “이러한 결과로 한국과 미국, 두 나라 모두에서 한인들은 강한 유대감을 갖고 자신만의 공간을 찾게 된다”며 “두 세계를 모두 경험하게 되면 자신의 장단점을 모두 알게 되기 때문에 ‘한국계 미국인’에 대한 정체성을 좀 더 이해하게 된다”고 말했다. 장열 기자ㆍjang.yeol@koreadaily.com미국 한국 한국행 선택한국 한국 사회 한국 생활

2023-05-15

[J네트워크] 중국의 비난에 조급함이 묻어난다

‘강철동맹’을 외치는 한·미 정상을 지켜본 중국의 불안감은 흉기 같은 거친 언사로 뿜어져 나왔다. 사드 사태 이후 잠잠했던 한·중 관계가 다시 격랑에 빠져들 분위기다.   후시진 전 환구시보 편집인은 지난달 27일 ‘대세는 거스르기 힘들 것’이란 제목의 칼럼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윤 대통령에 대해 그는 “한·중 수교 이후 중국에 가장 비우호적인 한국 대통령이자 한국 사회의 반중 정서를 부추기는 실질적인 선동자 중 한 명”이라며 “한국을 악의 길로 몰아가고 있다”고 직격했다. 심지어 “윤 대통령은 중국 문화에서 정의하는 소인배로 도덕성이 부족하고 전략적 몽유병 환자처럼 행동한다”며 “중국은 그와 같은 정치인들을 질책하고 결코 면죄부를 줘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국을 미국의 ‘전략적 볼모’로 전락하게 했다면서다.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과격한 언사다. 중국 ‘전랑(戰狼)’ 언론의 대표격인 그는 소셜미디어 2476만 명의 팔로워를 이끌고 당국의 의중대로 여론을 추동해 왔다. “중국은 전략적 결단을 유지해 윤 정부와 춤도 추지 말아야 한다”는 대목에선 이후 중국의 반격을 짐작하게 한다.   중국의 태도에 일단 우리 정부는 할 말은 하겠다는 기조다. 중국 외교부가 윤 대통령의 대만 발언에 대해 지난달 20일 “말참견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하자 “무례한 발언은 용납하지 않겠다”고 맞받았다. “일본에 무릎 꿇었다”는 중국 매체 보도엔 “오만이 도를 넘었다”고 발끈했다. 반박과 더불어 “무력에 의한 현상 변경은 안 된다”는 발언에 흥분한 중국에 “하나의 중국 원칙 존중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는 우리 외교부의 응수는 시의적절했다. 당사국 모두에 해당하는 원론적인 발언에 흥분해 중국이 외교적 예의마저 잃었다는 인상만 남겼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도 한미공동성명을 문제삼아 “대만 문제에서 잘못되고 위험한 길로 가지 마라”고 경고했다.   한·미간 반도체 협력을 두고 “미국 명령을 따르면 한국 기업에 피해가 갈 것”이란 중국의 반응도 과도한 측면이 있다. 미국의 제안은 우리 기업들이 중국에 수출하는 물량을 줄이라는 것이 아니라 중국의 칩 부족분을 채워주지 말아 달라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칩 수입량이 줄어드는 중국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다급해진 중국이 에둘러 한국을 압박한 셈이다.   한·미 회담 이후 중국이 어떤 대응에 나설지는 분명치 않다. 그러나 북한 문제와 수출 기업 제재 등 중국이 쓸 수 있는 수단은 다양하다. 중국이 받는 압력이 커질수록 반격의 강도도 세질 수 있다. 박성훈 / 베이징특파원J네트워크 중국 비난 윤석열 대통령 한국 사회 대만 발언

2023-04-30

[J네트워크] 중국의 비난에 조급함이 묻어난다

‘강철동맹’을 외치는 한·미 정상을 지켜본 중국의 불안감은 흉기 같은 거친 언사로 뿜어져 나왔다. 사드 사태 이후 잠잠했던 한·중 관계가 다시 격랑에 빠져들 분위기다.   후시진 전 환구시보 편집인은 27일 ‘대세는 거스르기 힘들 것’이란 제목의 칼럼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윤 대통령에 대해 그는 “한·중 수교 이후 중국에 가장 비우호적인 한국 대통령이자 한국 사회의 반중 정서를 부추기는 실질적인 선동자 중 한 명”이라며 “한국을 악의 길로 몰아가고 있다”고 직격했다. 심지어 “윤 대통령은 중국 문화에서 정의하는 소인배로 도덕성이 부족하고 전략적 몽유병 환자처럼 행동한다”며 “중국은 그와 같은 정치인들을 질책하고 결코 면죄부를 줘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국을 미국의 ‘전략적 볼모’로 전락하게 했다면서다.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과격한 언사다. 중국 ‘전랑(戰狼)’ 언론의 대표격인 그는 소셜미디어 2476만 명의 팔로워를 이끌고 당국의 의중대로 여론을 추동해 왔다. “중국은 전략적 결단을 유지해 윤 정부와 춤도 추지 말아야 한다”는 대목에선 이후 중국의 반격을 짐작하게 한다.   중국의 태도에 일단 우리 정부는 할 말은 하겠다는 기조다. 중국 외교부가 윤 대통령의 대만 발언에 대해 지난 20일 “말참견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하자 “무례한 발언은 용납하지 않겠다”고 맞받았다. “일본에 무릎 꿇었다”는 중국 매체 보도엔 “오만이 도를 넘었다”고 발끈했다. 반박과 더불어 “무력에 의한 현상 변경은 안 된다”는 발언에 흥분한 중국에 “하나의 중국 원칙 존중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는 우리 외교부의 응수는 시의적절했다. 당사국 모두에 해당하는 원론적인 발언에 흥분해 중국이 외교적 예의마저 잃었다는 인상만 남겼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도 한미공동성명을 문제삼아 “대만 문제에서 잘못되고 위험한 길로 가지 마라”고 경고했다.   한·미간 반도체 협력을 두고 “미국 명령을 따르면 한국 기업에 피해가 갈 것”이란 중국의 반응도 과도한 측면이 있다. 미국의 제안은 우리 기업들이 중국에 수출하는 물량을 줄이라는 것이 아니라 중국의 칩 부족분을 채워주지 말아 달라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칩 수입량이 줄어드는 중국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다급해진 중국이 에둘러 한국을 압박한 셈이다.   한·미 회담 이후 중국이 어떤 대응에 나설지는 분명치 않다. 그러나 북한 문제와 수출 기업 제재 등 중국이 쓸 수 있는 수단은 다양하다. 중국이 받는 압력이 커질수록 반격의 강도도 세질 수 있다. 박성훈 / 베이징특파원J네트워크 중국 비난 윤석열 대통령 한국 사회 대만 발언

2023-04-27

한국에서 영주자격 (F-5) 취득 방법 [ASK미국 이민/비자-조국현 미국 변호사]

▶문= 미국 시민권자로서 한국인과 결혼 후 혼인신고를 마쳤습니다. 함께 2년 6개월을 한국에서 살다 보니 한국에서 영주자격(F-5)을 취득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는지요?       ▶답= 한국 국민과 결혼 후 한국인의 배우자로서 혼인신고를 마치고 원만한 혼인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미국 시민권자이고 한국에 일정 기간 살고 있다면 '일정한 요건'을 충족시키고 관련 서류를 구비하여 영주자격(F-5)으로 그 체류 자격을 변경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의 '일정한 요건'은 품행 단정, 생계유지 능력, 기본 소양 요건을 모두 충족시켜야 함을 의미합니다.   첫 번째, 품행 단정 요건은 한국과 외국에서 법을 위반하여 일정한 범죄에 해당하지 않아야 합니다. 물론 영주자격을 신청한 신청인이 품행 단정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어도 한국 사회에 기여한 정도, 한국에 형성된 사회적, 경제적 기반, 한국 법률 위반 시 그 공익침해의 정도, 기타 사정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 예외적으로 영주자격을 취득할 수도 있습니다.   두 번째, 생계유지 능력은 신청인 본인 또는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의 소득이나 신청인 본인 또는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의 자산이 일정 기준 이상이어야 합니다. 물론 신청인이 한국인 배우자의 자녀를 임신한 경우나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경우, 한국인 배우자의 직계가족(한국 국민)을 일정 기간 부양 동거하고 있는 경우 등과 같이 일정한 경우에는 이러한 생계유지 능력 요건이 완화.면제될 수 있습니다.   세 번째, 기본 소양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사회통합 프로그램을 이수하였거나, 영주용 또는 귀화용 종합평가 점수가 일정 수준 이상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한국인 배우자의 자녀 임신, 만 60세 이상, 10년 이상 한국에 체류 등 일정한 경우에는 이 요건 역시 예외적으로 완화.면제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신청서, 여권, 수수료, 해외 범죄 경력증명서(제출 면제 대상은 제외)와 같은 품행단 정 요건 서류, 소득 금액증명과 같은 생계유지 능력 요건 서류, 사회통합 프로그램이 수증과 같은 기본 소양 요건 서류, 기타 생계유지 능력, 기본 소양 요건 완화.면제 대상인 경우 그 소명 서류 등을 준비하여 신청인의 체류지 관할 출입국.외국인 관서에 신청하면 됩니다. 만일 영주자격 신청 당시 기존 체류 자격 잔여 체류 기간이 6개월 미만일 경우라면 먼저 체류 기간을 연장한 후에 영주자격 변경 신청을 해야 합니다.   ▶문의: (82) 2-586-2850 조국현 미국 변호사미국 영주자격 한국인 배우자 한국 사회 한국 국민

2023-03-07

한국에서 영주자격 (F-5) 취득 방법 [ASK 미국 이민/비자-조국현 변호사]

▶문= 미국 시민권자로서 한국인과 결혼 후 혼인신고를 마쳤습니다. 함께 2년 6개월을 한국에서 살다 보니 한국에서 영주자격(F-5)을 취득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는지요?     ▶답= 한국 국민과 결혼 후 한국인의 배우자로서 혼인신고를 마치고 원만한 혼인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미국 시민권자이고 한국에 일정 기간 살고 있다면 ‘일정한 요건’을 충족시키고 관련 서류를 구비하여 영주자격(F-5)으로 그 체류 자격을 변경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의 ‘일정한 요건’은 1) 품행 단정, 2) 생계유지 능력, 3) 기본 소양 요건을 모두 충족시켜야 함을 의미합니다.    첫 번째, 품행 단정 요건은 한국과 외국에서 법을 위반하여 일정한 범죄에 해당하지 않아야 합니다. 물론 영주자격을 신청한 신청인이 품행 단정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어도 한국 사회에 기여한 정도, 한국에 형성된 사회적・경제적 기반, 한국 법률 위반 시 그 공익침해의 정도, 기타 사정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 예외적으로 영주자격을 취득할 수도 있습니다.     두 번째, 생계유지 능력은 신청인 본인 또는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의 소득이나 신청인 본인 또는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의 자산이 일정 기준 이상이어야 합니다. 물론 신청인이 한국인 배우자의 자녀를 임신한 경우나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경우, 한국인 배우자의 직계가족(한국 국민)을 일정 기간 부양 동거하고 있는 경우 등과 같이 일정한 경우에는 이러한 생계유지 능력 요건이 완화·면제될 수 있습니다.   세 번째, 기본 소양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사회통합 프로그램을 이수하였거나, 영주용 또는 귀화용 종합평가 점수가 일정 수준 이상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한국인 배우자의 자녀 임신, 만 60세 이상, 10년 이상 한국에 체류 등 일정한 경우에는 이 요건 역시 예외적으로 완화·면제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신청서, 여권, 수수료, 해외 범죄 경력증명서(제출 면제 대상은 제외)와 같은 품행단 정 요건 서류, 소득 금액증명과 같은 생계유지 능력 요건 서류, 사회통합 프로그램이 수증과 같은 기본 소양 요건 서류, 기타 생계유지 능력, 기본 소양 요건 완화·면제 대상인 경우 그 소명 서류 등을 준비하여 신청인의 체류지 관할 출입국·외국인 관서에 신청하면 됩니다. 만일 영주자격 신청 당시 기존 체류 자격 잔여 체류 기간이 6개월 미만일 경우라면 먼저 체류 기간을 연장한 후에 영주자격 변경 신청을 해야 합니다.   ▶문의: (82) 2-586-2850미국 영주자격 한국인 배우자 한국 사회 한국 국민

2023-02-07

[오피니언] 희한한 나라로 변한 한국

#. 희한한 나라로 변한 한국    “희한하다”란 낱말의 뜻을 사전에서 보니까 “매우 드물거나 신기하다”라고 했다.  현직 대학 교수로 아세아연구원장직을 겸임하고 있어서 해마다 아세아권 대학 출장으로 한국을 자주 드나들고 있다. COVID19 확산으로 대외 출입은커녕 식당 음식 배달도 안 해 먹던 내가 3년 만에 한국과 일본 대학을 둘러보고 왔다.   750만 재외 한인 동포들이 전 세계서 지켜보고 있는 서울 광화문 광장은 매일 같이 무슨 무슨 부대가 등장하는, 쌈박질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이 때문에 한국사회는 진보와 보수만이 아닌 이제는 체념파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한반도는 남북으로만 갈린 것이 아니라 남한은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고 있다. 이태원 참사 사건도 그렇거니와 오늘의 서울 대한민국은 온통 희한한 사람들로 넘쳐나는, 참으로 관용과 배려, 질서가 없는 “희한한 나라 한국”으로 이미 변했다.   성경에서 간음한 여인을 예수 앞에 끌고 와서 정죄 할 것을 요청한 무리들에게 예수는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고 했다. 그런데 간음한 여인을 끌고 온 무리들이 하나씩 뒤로 물러서 떠나 버리자 예수는 간음한 여인에게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않을 것이나. 다시는 죄를 범하지 말라”고 일렀다.   관훈클럽 기자 질문에 대답하는 윤석열 대통령을 보면서 뚝심 있고 소신 있는 강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검사 시절에 대한 혹평도 있지만 한국 사회가 만들어주었던 일이지 어떤 특정인이 부정직해서는 아니지 않았던가? 청와대를 용산으로 옮긴 것도 많은 한국 국민들의 헐뜯기 대상에 올라 있지만 이번 임기가 끝나고 다음 대통령이 다시 청와대로 돌아가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다수가 준 표로 당선한 대통령이 임기를 잘 마치도록 협력하는 것이 참 민주국민이고 참 민주국회인 것이다.   주로 대중 교통을 이용해서 일을 봤기 때문에 한국 사람들을 알게 모르게 깊이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서울 안암동 한 대학서 일을 끝내고, 약속된 국회의사당 강연을 준비하려고 랩톱을 꺼냈으나 와이파이가 열리지 않았다. 무작정 한 학생에게 도와 달라고 했더니 단번에 해결해주었다. 전철을 탈 때도 툭 하면 모르는 아무 젊은이에게 길을 물어도 바쁜 걸음을 멈추고서 인터넷을 열어 신속하고 정확하게 길 안내를 해주고 갔다.     20년 전부터 싸가지 없는 한국의 젊은이들이라고 단정했던 나는 뒤통수를 맞은 것 같았다. 보라! 한국 젊은이들의 심각한 얼굴 표정은 뭔가 고심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들의 숨 가쁘게 바쁜 걸음, 움직임들은 무엇인가를 뒷받침하고 일궈낼 것이다.     오늘의 서울 광화문 광장은 서로 헐뜯는 온통 진통의 광장으로 변한 지 제법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희한한 나라 한국”이 10년 안팎에 아세아권만이 아닌 전 세계를 또다시 놀랍게 할 잠재적 의식이 그들 젊은이들 마음 속 깊이 잠재하고 있는 또 다른 하나의 “희한한 나라 통일된 한국”을 도래케 할 것이다. 나는 믿는다! 한국의 젊은이들을.   21세기 세계서 한국이 관용과 함께 나누고 더불어 살며(Together & Share) 가치 있는 사회(Value Society)를 이룩할 때 정말 잘사는 나라로 우뚝 설 것이다. 타인에게 자선을 베풀고 관용과 배려가 있는 정직한 개인, 정직한 가정, 정직한 사회, 정직한 국가가 된다면 잘 산다는 것은 하늘의 뜻이다.   발전은 진통의 변화(Expanded Change)가 있어야 한다. 진통의 변화는 조화로울(Harmonize) 때 더 큰 힘이 된다. 모두가 함께, 관용과 정직한(Tolerant, Consideratin & Honest Society) 가치 있는 사회를 이룩한다면 21세기 전 세계는 이념 전쟁(Ideological War) 없는 자유롭고 평화로운 한 울타리 안에서 풍요롭게 잘 사는 이웃으로 변할 것이다.   한국 사회는 진보파 보수파 적색파 분쟁으로 시간 낭비할 때가 아닌 남북이 잘 살자파로 통합된 큰 변화 있어야 할 때다. 한국정부는 당장 광화문 광장을 폐쇄해야 한다. 북한은 19세기 이념 통일의 망상을 버리고, 21세기 자유시장 경제 체제를 도입하여 남북한 경제대국 경제통일의 문을 활짝 열어야 할 것이다. 서광하 캠벌스빌 대학 교수(국제정치학, 법사회학)   서광하독자 기고 나라 한국 나라 한국 한국 젊은이들 한국 사회

2023-02-01

[노트북을 열며] 미국 덮친 ‘절망사’, 한국도 위험수위

자살과 약물·알코올 중독에 따른 사망을 뜻하는 ‘절망사’(絶望死·Deaths of Despair)는 2015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앵거스 디턴이 제기한 사회문제다. 그는 빈부격차가 커지면서 미국 저소득·저학력 백인 노동자 계층이 국가 공동체에서 소외되고, 절망사의 절벽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9일 방송통신대 강상준 교수 등이 수행한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연구용역 보고서 ‘한국의 절망사 연구:원인 분석과 대안 제시’에 따르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장기간 유지하고 있다. 자살은 10대·20대·30대의 사망 원인 1위, 40·50대에서는 2위다. 주로 관계의 어려움과 경제적 문제에 따라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알코올성 간질환, 알코올성 심장근육벽증 같은 알코올 관련 사망도 심각해지고 있다. 2020년 알코올 관련 사망자는 5155명으로 2000년(2698명)과 비교하면 거의 두 배다. 2020년 기준 알코올 중독 추정 환자 수는 약 152만 명에 이르며, 특히 여성과 20~30대 젊은 계층에서 관련 진료가 증가하고 있다.   마약·약물 중독과 관련해서도 한국은 더는 ‘안전지대’가 아니다. 인구 10만 명당 마약사범의 적발 수를 일컫는 ‘마약범죄계수’가 20을 넘으면 ‘마약 확산’ 위험이 크다고 보는데, 지난해에는 이 수치가 31.2에 달했다. 연구진은 “사회계층 이동에 대한 기대치가 낮고, 사회적 고립감이 높아지는 추세”라며 “한국 사회가 절망사의 위험에서 이미 자유롭지 못함을 의미한다”고 했다.   실제 ‘본인의 계층 이동 가능성’에 대해 2011년에는 응답자의 32.8%가 긍정적으로 봤지만 2021년에는 26.7%로 줄었다. 부정적으로 본다는 응답은 같은 기간 54.0%에서 58.0%로 늘었다. ‘사회적 고립을 느낀다’고 응답한 비율은 2017년 53.4%에서 계속 올라 2021년 56.6%를 기록했다.   특히 10대~30대 자살자와 알코올 중독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고, 온라인 마약 유통이 활성화되면서 젊은 층이 마약·약물에 노출되는 사례가 늘고 있는 점이 걱정스럽다. 취업, 내집 마련 등에서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는 점이 미국 백인 노동자의 절망사와 맞닿아 있어서다. 차승은 수원대 아동가족복지학과 교수의 진단이 새겨들을 만하다.   “가장 왕성한 꿈을 갖고 생산해야 할 때 절망사한다는 것은 청년층의 사회 여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미래를 이끌어 갈 청년층의 경제적·사회적 안전망 확보를 중심으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손해용 / 경제정책팀장노트북을 열며 미국 위험수위 알코올 중독자 절망사 연구 한국 사회

2022-07-20

[시론] 새 대통령을 맞는 국민의 자세

지난 9일 한국에서 제20대 대통령을 선출하는 대선이 실시됐다. 국민은 진보 정권이 내세운 후보 대신, 보수 야권이 추천한 윤석열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해 정권교체를 이뤘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된 이래 매 10년마다 바뀌던 보수와 진보 정권이 이번 선거에서는 5년 만에 교체됐다. 20년 이상 집권하겠다던 진보 정권이 5년 만에 교체된 이유는 현 정부의 실정 때문이다.     지난 기간 한국사회는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많은 변화를 겪었다. 국가 안보와 외교 면에서는 대한민국을 일제식민지에서 해방시키고, 6.25 참전으로 한국의 공산화를 막고, 남한에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뿌리를 내리도록 지원해준 미국과의 한미동맹을 약화시켰다. 또한 이웃 사촌이어야 할 일본과의 관계는 더욱 소원해졌다.     반면 6.25 남침을 획책하고 지금도 한반도 무력통일의 꿈을 버리지 않고 핵무기를 보유 개발하고 있는 북한을 주적에서 제외시켰다. 오히려 북한과의 교류에 연연해 하고, 6.25 당시 북한을 도와 남침해 한반도 통일을 가로막고, 한국군과 유엔군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중국에 저자세를 취함으로써 대한민국의 국격을 떨어뜨렸다.     경제면에서는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경제정책, 이에 따른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많은 영세 자영업이 문을 닫았다. 부실한 코로나19 방역 대책으로 실업자가 속출하고 청년 일자리마저 줄어들었다.     미흡한 대책을 믿고 추진한 탈원전 정책은 불필요한 낭비만을 초래했고, 잘못된 시장 진단에 의한 부동산 정책으로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어올랐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중심이 아닌 정부 주도 경제 활성화를 꾀하면서 국가 채무가 1000조 원에 육박하고 있다. GDP대비 국가 채무 비율이 50%를 넘으며 선진국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외형적인 변화보다도 더 문제가 되는 것은 한국 사회가 공정과 정의가 받아 들여지지 않고 상식과 사회 규범이 통하지 않는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변모했다는 것이다. 진영 논리로 함몰된 편협한 인사 정책으로 정권의 권위는 추락하고 사회 기강은 느슨해졌다.     그동안 대한민국의 정치, 국방, 외교, 경제, 사회는 방향감각을 잃고, 제자리에서 맴돌았다. 차기 정권의 임무는 막중하다. 일관된 외교정책으로 국가의 위상을 높이고, 국방을 강화해야 한다. 사분오열된 사회를 통합하고,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민생에 활력을 불어넣고, 사회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 이와 같은 중요한 임무를 수행할 대통령의 자리에 기성 정치에 물들지 않은 정치 신인이 선출된 것은 다행한 일이다. 정책보다는 인연을 중시하는 한국 정치판의 고질적인 병폐에서 보다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대통령의 한 사람의 교체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갈라진 사회를 통합하고, 경제를 살리고, 자유진영의 일원으로 대한민국의 국격을 바로 세우기 위해 국가 전체가 나서야 한다. 정치가들 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새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적극 협력해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기를 기대한다.    권영무 / 샌디에이고 에이스 대표시론 대통령 국민 대통령 직선제 자본주의 시장경제 한국 사회

2022-03-18

물질적 풍요 중시하는 한국 가치관…청소년에 미치는 악영향 경계해야

 최근에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는 ‘삶을 의미 있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What Makes Life Meaningful?)’라는 제목의 연구를 발표했다. 선진국이라 불리는 17개국인 미국, 캐나다, 벨기에, 프랑스, 독일, 그리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페인, 스웨덴, 영국, 호주, 일본, 뉴질랜드, 싱가포르, 한국, 대만의 성인 1만9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인터뷰를 통해 진행한 연구로, 참가자들이 인생에서 가장 큰 가치를 두는 항목을 조사했다.   결과를 들여다보니, 사람들이 생각하는 인생의 최상위 가치에는 가족과 자녀, 직장과 경력, 물질적 풍요, 그리고 친구들과 건강 등이 포함됐다. 그런데, 국가 간의 차이가 흥미롭다. 미국의 경우, 가족과 자녀가 일 순위였고, 친구, 물질적 풍요, 직업, 신앙이 2위부터 5위까지 차지했다.     한국은 물질적인 풍요가 압도적인 1위였고, 건강, 가족과 자녀가 그 뒤를 잇는다. 그뿐만 아니라, 연구에 참여한 17개국을 통틀어 한국은 유일하게 단수 응답으로 물질적인 풍요를 1위로 꼽은 나라였다. 미국은 종교 및 신앙을 인생에서 가장 귀중한 가치로 뽑은 사람들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월등히 많았다.   연구는 한국 사회에서 경제적인 풍요가 얼마나 중요한 가치로 간주하는지 여실히 보여 준다. 또한, 현재 한국 사회의 주축이 되는 성인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이들 중 대다수는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이기도 하다. 부모는 유전적이고 환경적인 차원을 포괄적으로 아우르며 자녀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지능, 성격 및 가치관 발달에 있어 부모의 역할은 큰 의미를 갖는다. 아동기를 지나 청소년기에 접어드는 동안, 도덕성 및 가치관 발달은 급격히 진행된다. 이 과정에, 부모의 가치관은 자녀의 가치관 형성에 직접 관여함을 부인하기 어렵다.   아이들의 도덕성 발달은 사회 문화적 규범, 규칙 및 법률에 근거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는 태도나 행동을 통해 나타난다. 하버드 대학의 교수였던 로렌스콜버그(Lawrence Kohlberg)는 도덕 발달은 전 규범 단계-규범 단계-후 규범 단계를 거쳐 진행된다고 주장한다. 전 규범 단계는 9세 이하의 아이들에 해당하며, 처벌을 피하거나 보상을 얻는 것이 목적이다. 예컨대, 거짓말을 하면 안 되는 이유는 벌을 받기 때문이라든지, 부모의 칭찬을 듣기 위해 동생과 장난감을 공유하는 등의 도덕적 추론 및 행동이다.     규범 단계는 주로 10세에서 12세 정도의 아이들을 일컫는다. 사회의 규칙과 규범에 맞추는 것을 도덕적으로 올바른 행동으로 규정하고, 이를 준수하는 도덕성을 보인다. 후 규범 단계는 10대 중반에 시작되며, 사회의 규범과 법률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개인의 도덕적 가치 기준이 확고히 형성되는 시기다.   청소년기 아이들은 사회가 제시하는 가치 체계의 영향을 직접 받고, 이를 기반으로 개인의 가치관을 형성한다. 이 과정에, 부모 및 주변의 어른들이 미치는 영향은 실로 크다. 한국 사회에 만연된 물질 만능주의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이를 염려하는 자성의 목소리가 있는 것은 고무적이나, 경제적인 풍요가 건강 및 가족을 능가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임이 여실히 드러난 것은 또 다른 충격이다. 현세대뿐 아니라 우리 다음 세대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한다면, 가볍게 치부할 문제가 아니다.     Hannah.Kim@houghton.edu 김현경 / 호튼대학교 심리학과 조교수가치관 청소년 가치관 발달 가치관 형성 한국 사회

2022-02-20

[기고] 거대 담론이 없는 선거

1989년 프랜시스 후쿠야마라는 젊은 정치학자가 ‘역사의 종말?’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한다. 그는 여기서 자유민주주의가 공산주의를 이기고 ‘인류 최후의 정부 형태’가 될지 모른다고 주장한다. 동구권의 몰락은 모두 알아차렸지만 소련도, 동독도 아직 사라지기 전이었다. 이런 순발력은 후쿠야마가 진지한 사상가로 인정받는 데 걸림돌이 된다.   게다가 논문의 제목이나 진단이 워낙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켜서, 오해도 그만큼 많았다. 후쿠야마는 3년 뒤 단행본 ‘역사의 종말’을 냈는데, 이 책 역시 제대로 내용을 살피지 않은 이들의 빗나간 비판을 엄청나게 받았다.     책의 원제는 ‘역사의 종말과 최후의 인간(The End of History and the Last Man)’인데, 저자는 역사의 종말보다 최후의 인간에 방점을 찍는다. 자유민주주의가 마지막 정치체제라면, 거기서 사는 인간은 대안적 세계를 꿈꿀 수 있나. 그런 희망이 사라지면 그는 무엇을 욕망할까. 읽기에 따라서는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가장 날카로운 비판서다.   요즘 ‘역사가 끝났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이는 거의 없으리라. 나 역시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1990년대 후쿠야마의 주장에 무시하지 못할 한 덩어리 통찰은 담겼다고 생각한다. 다음 세상에 대한 비전이 없으면, 인간은 시시해진다.     소설가라는 직업 덕분에 자주 인간을 서사적 존재로 바라보게 된다. 오이디푸스왕에서부터 스파이더맨에 이르기까지, 영웅 서사의 주인공은 자신을 둘러싼 이야기를 이해하고 나서 극적으로 변신한다. 서사의 완결 지점을 알게 되면 할 일이 생긴다. 비극적 결단이든 영웅적 도전이든. 그 순간 존재의 의미를 둘러싼 고뇌도 해소된다.   현실과 동떨어진 서사를 막기 위해 민주사회에서는 선거 때마다 큰 토론이 벌어져야 한다.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어떤 이야기가 진행 중인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번 대선을 놓고 거대 담론이 사라진 선거라고 한다. 양당 후보는 ‘내가 더 많이 퍼주겠다’고 경쟁한다. 공약들은 좋게 표현해 ‘생활밀착형 마이크로 정책’이고, 선거운동은 인터넷 밈에 의존한다. 탈모 치료 건강보험 확대나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일곱 글자 공약을 보고 무슨 철학을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 거기에 지금 한국 사회에 대한 어떤 진단이 담겨 있나.   후보들이 제 입으로 말하기 꺼리는 조악한 거대 서사가 밑에 깔려있기는 하다. ‘검찰과 친일파가 대한민국을 지배한다’든가 ‘문재인 정권과 586이 나라 망쳤다’든가. 그 서사에서 도출되는 과업은 복수다. 우리가 권력을 잡아서 상대편을 감옥에 보내면 한국 사회도 나아진다는, 명쾌하고 단순무식한 소리다.   정의당의 부진도 조국 사태 등에서 헛발질한 것보다는, 대안 정당으로서 대안을 보여주지 못한 데 근본 원인이 있다고 본다. 실제로 어떤 노력을 했는지와 별개로, 지난 몇 년간 정의당은 대중에게 퍼포먼스 정당, 정체성 정치의 정당으로 비쳤다. 그러는 사이 플랫폼 노동의 시대가 왔고, 정의당의 기둥인 노동 비전은 현실에서 더 멀어지는 듯 보였다.   ‘역사가 끝났다’고 후쿠야마가 말했을 때, 그는 앞으로 사건이나 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 것이 아니었다. 사건은 계속 발생하지만, 그것이 다음 정치체제의 출현과 무관하므로, 거기에 역사적인 의미는 부여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젊은 세대의 극심한 젠더 갈등을 생산적인 담론으로 이끌지 못하고 표 계산에 열중하는 한국 정치권의 모습이 떠오른다.   ‘다음 세상이 없으므로 역사는 끝났다’는 명제는 틀렸다. 하지만 문장을 조금 고쳐 적으면 여전히 유효할 것 같다. 다음 세상을 구체적으로 그리지 못할 때 역사는 끝난다고. 한국 사회는 어떤가.   우리는 지금 혼미하다. 우리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몰라서다. 막연하게 소망하는 바가 있지만, 그것을 감성적인 구호 이상의 길고 차분하고 현실에 부합하는 논리로 풀지 못한다. 거기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그러니 이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우리는, 그냥 다 같이 시시해졌다고. 장강명 / 소설가기고 선거 종말과 최후 한국 사회 대안 정당

2022-01-28

[전문가 칼럼] 가족보다 물질이 우선하는 사회

 최근에 퓨리서치센터는 ‘삶을 의미 있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설문조사를  발표했다. 선진국이라 불리는 17개국(미국, 캐나다, 벨기에, 프랑스, 독일, 그리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페인, 스웨덴, 영국, 호주, 일본, 뉴질랜드, 싱가포르, 한국, 대만)의 1만9000명 성인을 대상으로 전화 인터뷰를 통해 진행했다.     결과를 보니, 사람들이 생각하는 인생의 최상위 가치에는 가족과 자녀, 직장과 경력, 물질적 풍요, 친구들과 건강 등이 포함됐다. 그런데 국가 간의 차이가 흥미롭다. 미국의 경우 가족과 자녀가 1순위였고 친구, 물질적 풍요, 직업, 신앙이 2위부터 5위까지 차지했다. 한국은 물질적인 풍요가 압도적인 1위였고 건강, 가족과 자녀가 그 뒤를 잇는다.     그뿐만 아니라 연구에 참여한 17개국을 통틀어 한국은 유일하게 단수 응답으로 물질적인 풍요를 1위로 꼽은 나라였다.     미국은 종교 및 신앙을 인생에서 가장 귀중한 가치로 뽑은 사람들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월등히 많았다.   연구는 한국 사회에서 경제적인 풍요가 얼마나 중요한 가치로 간주되는지 여실히 보여 준다. 또한 현재 한국 사회의 주축이 되는 성인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이들 중 대다수는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이기도 하다.     부모는 유전적이고 환경적인 차원을 포괄적으로 아우르며 자녀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지능, 성격 및 가치관 발달에 있어 부모의 역할은 큰 의미를 갖는다. 아동기를 지나 청소년기에 접어드는 동안, 도덕성 및 가치관 발달은 급격히 진행된다. 이 과정에 부모의 가치관은 자녀의 가치관 형성에 직접 관여함을 부인하기 어렵다.   아이들의 도덕성 발달은 사회 문화적 규범, 규칙 및 법률에 근거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는 태도나 행동을 통해 나타난다. 하버드 대학의 교수였던 로렌스 콜버그는 도덕 발달은 전 규범 단계-규범 단계-후 규범 단계를 거쳐 진행된다고 주장한다.     전 규범 단계는 9세 이하의 아이들에 해당하며, 처벌을 피하거나 보상을 얻는 것이 목적이다. 예컨대, 거짓말을 하면 안 되는 이유는 벌을 받기 때문이라든지, 부모의 칭찬을 듣기 위해 동생과 장난감을 공유하는 등의 도덕적 추론 및 행동이다.     규범 단계는 주로 10세에서 12세 정도의 아이들을 일컫는다. 사회의 규칙과 규범에 맞추는 것을 도덕적으로 올바른 행동으로 규정하고, 이를 준수하는 도덕성을 보인다.     후 규범 단계는 10대 중반에 시작되며, 사회의 규범과 법률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개인의 도덕적 가치 기준이 확고히 형성되는 시기다.   청소년기 아이들은 사회가 제시하는 가치 체계의 영향을 직접 받고, 이를 기반으로 개인의 가치관을 형성한다. 이 과정에 부모 및 주변의 어른들이 미치는 영향은 실로 크다. 한국 사회에 만연된 물질 만능주의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이를 염려하는 자성의 목소리가 있는 것은 고무적이나 경제적인 풍요가 건강 및 가족을 능가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임이 여실히 드러난 것은 또 다른 충격이다. 현세대뿐 아니라 우리 다음 세대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한다면 가볍게 치부할 문제가 아니다.  김현경 / 호튼대학교 심리학과 조교수전문가 칼럼 가족 물질 한국 사회 가치관 발달 가치관 형성

2021-12-08

[독자 마당] 돈이 전부인 사회

얼마 전 신문에서 놀라운 뉴스를 봤다. 선진국 국민을 대상으로 삶에 관한 설문조사였다.   퓨리서치센터가 한국을 포함한 17개국 1만9000명에게 물었다. “삶을 의미있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다.     조사 대상 17개 국가 중 14개 국가에서 삶을 의미있게 하는 원천으로 ‘가족과 아이들’을 가장 많이 꼽았다.     그런데 한국은 삶을 의미있게 하는 것으로 ‘물질적 풍요’라고 답했다. 건강과 가족이 그 뒤를 이었다. 한국과 함께 가족을 1위를 꼽지 않은 스페인과 대만은 물질적 풍요를 택하지는 않았다.     한국 사회에서 왜 물질적 풍요가 이렇게 중요할까. 물질만능주의가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예부터 한국에는 정신문화를 중요시 했다. 고매한 선비정신을 숭상하고 세속적인 물질주의를 지양했다.     그런 나라가 어쩌다 돈이 전부인 사회가 됐는지 모르겠다. 특히 조사 대상 국가 중 유일하다는 사실이 더 부끄럽다.     살면서 물질적인 풍요는 중요하다. 도인이나 선각자가 아닌 일반인들은 물질적인 요소를 전적으로 배제할 수는 없다. 문제는 돈과 물질이 가족, 친구, 사회 등의 다른 중요한 가치보다 앞서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물질을 추구하는 사회는 경쟁 사회가 될 수밖에 없다. 남보다 앞서고 남보다 더 가져야 하기에 경쟁이 치열해진다. 이런 사회에서 공동체의 유대나 정신적인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한마디로 각박한 세상이 되는 것이다. 가진 사람은 갖지 못한 사람들을 무시하고 가지지 못한 사람은 가진 사람들을 비난한다.     설문조사를 보면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달한 미국과 유럽 사회에서도 돈을 최고의 가지로 뽑은 국가는 없다. 한국사회가 물질과 정신 세계에 균형을 유지하는 진정한 의미의 선진국이 되기를 바란다.   김자영·그라나다힐스독자 마당 사회 한국 사회 경쟁 사회 유럽 사회

2021-12-02

[J네트워크] ‘오징어 게임’ 속 한국, 뉴요커의 한숨

지난달 26일 미국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하 오겜)’ 이벤트가 열렸다. 한국관광공사 뉴욕지사가 열혈 시청자 80명을 선발해 달고나 뽑기, 딱지치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등 드라마 속 게임을 서바이벌 형식으로 진행했다.   주로 20~40대인 참가자들이 ‘오겜’을 접한 경로는 크게 세 부류였다. BTS나 블랙핑크 등 K팝 가수 팬이 드라마로 확장한 경우, 지난해 미국 아카데미상 4관왕에 빛난 영화 ‘기생충’을 본 뒤 관심을 갖게 된 경우, ‘오겜’이 처음 접한 한국 문화상품인 경우였다.   이들은 한국 문화를 즐기지만 한국에 대해 많이 알지는 못했다. 그래서 드라마 속 이야기를 백지처럼 흡수하는 경향이 있었다. 한 참가자는 드라마를 보고 나니 “한국에 살지 않아 행복하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도 노동자 계층의 생활은 힘겹지만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여전히 기회가 열려 있다는 점이 다르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해외에서 초대형 성공을 거둔 ‘오겜’과 ‘기생충’은 비슷한 생각 거리를 던진다. 빈부 격차와 양극화, 소득 불평등, 계급 충돌, 계층 간 이동 제한, 무한 경쟁, 청년 실업, 기회 박탈 같은 키워드가 두 작품을 가득 메운다. 드라마와 영화로 한국을 배우기 시작하는 이들에게 한국 이미지는 디스토피아적으로 그려지고 있었다.   두 작품이 주목받으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살률 1위, 지니 계수로 본 소득 불평등 상위권(39개국 중 11위) 등 한국 사회의 어두운 면이 세계에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사실 미국(6위)은 한국보다 소득 불평등이 더 심하다. 그런데도 미국인이 디스토피아로 흐르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아마도 풍성한 일자리 때문일 것이다.   미국 실업률이 8.5%까지 치솟은 2011년 미국에서도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가 일어났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실업률은 사상 최저 수준인 3.5%까지 내려갔고, 지금은 임금을 아무리 올려준다 해도 일할 사람을 찾을 수 없는 구인난에 시달릴 정도다.   행사장에서 만난 다른 참가자는 “한국 사회가 얼마나 경쟁에 내몰렸는지 알고 놀랐다”고 감상평을 전했다. 청년의 삶이 고단하기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 대학 졸업생들은 수천 또는 수만 달러씩 학자금 대출을 떠안는다. 하지만 “미국은 일자리를 찾기 쉬워서 해결할 수 있다”는 그의 말이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문화 제작자들이 스토리텔링과 연출력, 세련된 영상미와 무대 미술 실력을 충분히 보여줬다. 이제 한국을 살고 싶은 나라로 만드는 것은 정치인과 행정가들의 몫이다. 박현영 / 워싱턴특파원J네트워크 오징어 뉴요커 한국관광공사 뉴욕지사 오징어 게임 한국 사회

2021-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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